[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정부가 부동산 관련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아파트 가격, 전세 가격, 관련 세법 등 서민들이 따라가며 이해하기도 힘들만큼 다양한 정책이 넘쳐나고 있지만 정작 부동산 가격 잡기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전세 관련 각종 정책과 대안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면서 오히려 전세 물량이 사라졌다. 더 높은 가격을 기대하는 임대인들이 은근슬쩍 매물을 숨겼다. 물량은 씨가 말랐고, 가격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중이다.
전세 물량 태부족…매물 없는데 천정부지 치솟는 전세 가격
서울 시내 전세 아파트 평균 5억 원 넘어…최대 10억 원 호가
서울시내 기준 평균 전세 가격이 5억 원을 넘어섰다. 매매가격이 아니라 전세가 기준으로 10억 원이 넘는 매물도 포진했다는 믿지 못할 뉴스도 나온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곳으로 여겨지던 노원구, 강서구, 관악구도 평균 5억 원에서 6억 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가격이 오르는데도 매물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마포구에서는 전용 60m²(약 18평)짜리 아파트 기준으로 전세 가격이 5억 원 하던 것이 한 달 만에 7억 원대로 고공 점프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2004년 준공된 마포구의 대림e편한세상2차 아파트는 지난 3월 기준 23평(전용 약 18평)형이 5억4000만 원 내외로 전세 매물 거래가 됐으나, 이달 11일 기준으로 6억3000만 원에 매물이 올라와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매물들은 최근 몇 달 전의 가격보다 1억~2억 원씩 올린 것이 기본”이라며 “그마저도 전세 매물이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 가을철 전세 대란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전세 가격, 세 달 만에 1억 원 오른 것이 ‘기본’
원하는 지역의 매물을 찾기도 힘들지만 매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최근의 전세 가격이 너무 높아져 기존 계약이 만료된 전세로부터 빠져나오면서 새로운 곳으로 옮겨가기 힘들게 됐다. 기존 5억 원의 전세 아파트에 살다가 비슷한 수준의 아파트로 옮기려면 이미 그 아파트는 1억~2억 원 높은 가격으로 매물이 나오기 때문이다.
반드시 이사가 필요하다면 대출이라도 받아 옮길 수 있겠지만, 전세 매물조차 하늘의 별 따기. 이런 가운데 정부가 3기 신도시의 공공분양 아파트 중형급 공급 비율을 늘려, 지역의 거주 환경과 수요에 따라 공공분양 단지의 절반을 85㎡로 채워질 수 있게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공공분양 단지는 59㎡ 이하 소형 평형 위주로 돼 있다. 이른바 ‘30평대’에 이르는 중형을 굳이 공공을 목적으로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동안 정부의 정책 방향이었다. 하지만 공공분양의 경우라도 60m²∼85㎡ 규모의 주택 비율을 30%에서 최대 50% 수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지금까지는 공공분양 단지에서 60㎡∼85㎡ 비율은 15%를 넘기지 못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이는 3기 신도시 공급을 앞두고 정부가 ‘청약일정 알리미 서비스’ 신청 결과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중형을 원하는 신청자가 많았던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알리미 서비스 신청자 12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가운데 무려 60%에 달하는 수가 주택 면적을 60㎡∼85㎡로 선택했다. 85㎡ 초과는 29%, 60㎡ 이하는 10%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신청자들이 소형 주택보다 중형급 이상의 주택을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공공분양 아파트 지급 방향을 변경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업계에 따르면 이미 전세 가격은 58주째 상승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3기 신도시 청약을 앞두고 기존 공급으로 수요를 충족을 시킬 수 없는 가을 이사철이 코앞이라 전세시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세 시장으로 몰려 나오는 수요자들
경기도 하남시, 고양시 등의 전세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해당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 매물 가격들이 엄청 올랐다. 그런데 더 오르고 있다”며 “내년 3기 신도시 청약을 기다리면서 대기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이나 공공분양주택 청약 및 입주를 위한 자격이 무주택 세대주에 한하므로 공공주택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존의 세대주들이 전세 시장으로 몰려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경기지역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부터 현재까지 185 전후를 서울시의 경우는 190 전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세 공급 상황을 ‘부족·적당·충분’으로 질문해 100을 중심으로 부족하다는 답변 비중을 더하고, 충분하다는 답변을 뺀 심리지수로 기준치 100을 넘어 갈수록 전세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많다는 의미다.
임채우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 가격 상승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분양가상한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로 시세보다 저렴한 청약 시장을 기다리며 집 구입보다 전세로 눌러앉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6·17 대책으로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이 강화되면서 집 구매 포기자가 늘어난 점도 전세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수요는 많은데 전세 물량이 적으니 전세 가격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와 겹치면서 추석 명절을 앞두고 대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전세 시장에서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세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이창환 기자 shine@ilyoseoul.co.kr
September 11, 2020 at 04:39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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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추석 앞둔 '전세 대란' 어쩌나, 가격 올라도 씨 마른 '매물' - 일요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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