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요즘 전세가 씨가 말랐지요. 30평대 이상의 빌라, 아파트 가리지 않고 찾아도 이사할 곳이 없더라고요. 우연히 전세 물건이 여유 있는 지역을 발견했는데 전화해보면 ‘인터넷에 나온 값보다 3000만원을 높게 달라’고 합니다. 하루가 다르게 전셋값이 올라간다는 방증입니다.”(조기숙 전 참여정부 홍보수석 페이스북)
정부의 ‘6·17 부동산 대책’ 후폭풍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시장이 급격히 얼어붙는 가운데 이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2년 만에 전세 계약을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적으로 6월이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보증금 급등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가을 이사철에 ‘전세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서울 아파트의 6월 누적 매매 거래량은 5619건으로 같은 기간 누적 전세 계약건수(5432건)보다 많았다. 월별 거래량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전세를 앞지른 것은 지난 2018년 8월 이후 2년여 만의 일이다. 실거래가 신고기한(30일)이 아직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주목할 만한 주택시장의 변화로 풀이된다.
2년 전 당시에는 9·13 대책 시행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 아파트의 월별 매매 거래량이 1만4966건까지 치솟은 바 있다. 이를 통해 같은 달 전세 계약(1만3962건)을 근소하게 제쳤다. 그 이후에는 지난 5월(9393건)을 제외하고 매월 1만건 이상의 전세 계약이 꾸준히 이뤄졌다. 반면 월별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말 서울 주택시장이 반짝 반등한 시기를 제외하고 대부분 2000건에서 6000건 사이에 머물렀다.
이번 달에는 서울 25개구 대부분 지역의 전세 계약이 전월 대비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강북 지역보다 강남권의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달 826건의 전세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달은 495건으로 뚝 떨어졌고, 같은 기간 송파(700건→409건), 서초(558건→303건), 강동구(424건→244건) 등에서도 계약 감소가 두드러졌다.
실제 6·17 대책을 통해 정부는 강남 핵심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며 전세 낀 갭투자를 원천차단했고,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서도 사실상 2년 실거주 의무화를 부여하면서 강남발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전체 4424가구 가운데 68%인 약 3000가구의 세입자 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여기에 정부의 저금리 기조 속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신축 아파트 선호와 ‘로또 차익’을 노린 청약 시장 쏠림현상 심화 등 구조적으로 전세시장 불안을 야기하는 요소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상황도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약 시장에서 소외된 3040세대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사례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입자 10명 중 3명이 30대였다. 이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비중이 높은 것으로, 올해 1월부터 5개월 연속 40대보다 거래량이 많았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현 정부의 안일한 인식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기숙 전 참여정부 홍보수석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이) ‘일본처럼 우리도 집값이 폭락할 테니 기다리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정확한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igroot@heraldcorp.com
June 29, 2020 at 08:15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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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마른 전세…” 서울아파트 매매, 전세 계약 앞질렀다 - 헤럴드경제 뉴스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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