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장우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코로나19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자금조달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대·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는 수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돌아오면서 현금 확보에 나섰고 일부 계열사들은 건전성 악화 등으로 자금운용에 여유가 사라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차·현대글로비스는 올 상반기 1조5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발행 규모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 6000억원, 현대글로비스는 3000억원이다.
현대차는 2016년 이후 4년 만에, 기아차는 2017년 이후 3년 만에 처음 회사채 시장에 나섰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첫 발행이다.
현대차는 조달자금 전액을 은행 차입금 상환에 사용한다. 통상 은행 차입금은 상환 또는 만기 연장 등이 이뤄지는데 이번엔 회사채 발행을 통해 상환자금을 마련한 셈이다.
기아차는 2500억원을 2015년 발행했던 회사채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자금은 계열사의 전자채권 대금 지급에 쓴다. 전자채권은 대부분 3~6개월 만기인 데 올 상반기에는 회사채 발행으로 지급키로 결정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발행액 전액을 협력사의 매입대금 결제에 사용한다.
이처럼 수년 만에 회사채 시장에 뛰어든 것은 코로나19 여파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악화로 인해 현금 확보가 중요해진 데다 건전성에 대한 잣대가 까다로워지면서 자금조달 창구를 회사채까지 넓힌 것이다. 이는 기존의 자금조달 구조만으로는 상황이 여의치 않게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부분이다.
다른 계열사들의 상황은 더 좋지 못하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케피코, 현대트랜시스 등은 본래부터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건전성 악화 등으로 인해 자금 운용이 팍팍해졌다.
대표적으로 현대제철은 지난 3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로부터 신용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 받았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3313억원으로 전년보다 67.7% 감소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297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신용등급 하락은 투자자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과 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악재로 꼽힌다.
현대위아는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 물량까지 미리 확보키로 결정하면서 1000억원을 증액했다. 현대트랜시스와 현대케피코는 대금결제 지급어음 규모가 불어나면서 발행물량을 1600억원, 700억원 각각 늘렸지만 여유있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현대위아는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900억원 중 상환 물량이 1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 800억원은 보유 현금으로 상환해야 한다. 하지만 올 3월말 현금성자산은 28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6.9%나 감소해 유동성은 넉넉지 못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된다면 경영여건 개선으로 수익구조가 호전되면서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더 큰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 2분기를 저점으로 보고 하반기부터 회복조짐이 나올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지만 장담하기는 어렵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코로나 위기로 현금 확보가 중요해짐에 따라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섰다"며 "앞으로도 유동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June 18, 2020 at 05:04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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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줄 마른 현대차, C쇼크에 자금조달 셈법 복잡 - 디지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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