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워치=김주경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세대출을 옥죄는 고강도 규제에도 시중 은행을 중심으로 전세대출은 오히려 늘어나는 등 일명 ‘규제의 역설’이 현실화됐다.
정부 규제 시행 전에 전세대출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이 급증한 데다 전세가격이 급등하면서 오히려 대출을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다 일부 월세를 지급하는 반전세 물량이 많아지면서 보증금이 급등해 전세대출 규모가 확대됐다는 평가다.
10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7월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총 94조5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2조201억원(2.2%)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하면 13조6024억원(16.9%)가 늘었다.
이들 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은 올해 2월 2조7034억원으로 나타났다. 2016년 전세자금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확대된 수치다. 이후 3월(2조2051억원)과 4월(2조135억원) 2개월 연속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2~4월 3개월 간 전세대출이 2조원을 넘은 것은 정부 대출 규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과 후속 대책이 연달아 쏟아져 나오면서 고가 주택 구입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워지자 주택 매매 수요가 감소하고 전세 수요가 늘었고, 전세 가격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이후 5월(1조4615억원)과 6월(1조7363억원)에는 2조원을 밑도는 등 잠시 주춤하다가 지난달 다시 2조원대로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7월의 급증세에 의외라는 평가다. 통상 7월이 장마, 휴가 등으로 이사 수요가 적은 임대차 시장 비수기인 데다 전세 거래가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전세대출이 예외적으로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실제로 전셋값이 급등한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 아파트 전세는 사실상 제로인 곳이 많다. 이에 ‘부르는 게 값’이 됐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의 견해다.
6월만 해도 8억원 후반대였던 송파 헬리오시티 현재 전세가는 전용 84㎡ 기준 10억~10억5000만원이다. 2개월 만에 약 2억원 뛰었다는 얘기다.
2000여 가구가 넘는 대단지인 수원 힐스테이트영통은 전세 매물이 1건에 불과하며, 역삼래미안은 전세가 4건에 그치는 등 전세 씨가 말랐다는 얘기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실수요자들은 전세를 원하는 반면 집주인은 강화된 실거주 요건과 초저금리 등으로 인해 반전세·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물량이 급감했다는 해석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올라온 자료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달 서울 전월세 거래량 중 전세 비중은 75%로 지난해 12월 70%에 비해 5%포인트 올라 전세 수요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7월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전달보다 0.44% 올랐다. 서울은 전달 대비 0.68%, 수도권은 0.63% 증가율을 보였다. 대전(0.65%), 대구(0.32%), 울산(0.17%), 부산(0.12%), 광주(0.06%) 등 5대 광역시의 전세가격도 0.24%가 올랐다.
종합해보면 전세가격 상승이 전세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는 논리다.
국민은행 부동산정보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전국적으로 전세 상승폭이 확대됐다”며 “서울은 전세 공급 부족현상이 심화하면서 매매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갭투자가 사실상 제한되고 전세대출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됐음에도 증가폭이 확대된 것은 가격 상승 요인이 주효했다”며 “매매 가격 상승에 따라 전세 가격도 상승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지에 대한 전망은 의견이 분분하다.
아직까지는 전세 매물이 많지 않고 매매 가격 상승을 따라 전세 가격도 동반 상승하면서 대출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이 추세라면 5대 은행의 전세대출이 연내에 100조원 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의 시행으로 전세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서 대출이 주춤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세대출의 급증 현상과 관련, 주택 가격 변동이나 소득이 줄어 상환능력이 떨어지면 전세푸어가 대폭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불안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대출 급증한 것은 3040을 중심으로 전세 대출까지 끌어다 주택을 사려는 패닉바잉이 늘어나면서다. 게다가 전세 공급은 줄어든 반면 정부 규제강화로 주택 거래량이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위기 심리가 반영되면서 전세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사례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올 상반기에는 전세를 살고 있는 30대 실수요자들이 전세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며 “전세대출은 심사절차가 비교적 간단한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소득요건‧자금조달계획서 등 요구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도 전세대출 증가를 이끈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August 10, 2020 at 03:18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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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 마른 공급 매물에도 ‘전세대출’ 되려 증가, 대체 왜?”..5대은행, ‘전세대출 잔액’ 100조 눈 앞 - 뉴스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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